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 (로마서 12:5)
내가 12살 때 생후 2개월 된 동생을 업고 돌보다 그때 유행한 열병으로 앓고 있던 동생을 성홍열로 잃었다. 그 트라우마는 간혹 생각날 때마다 나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느낀다. 성전을 건축할 때 미국에 살고 있던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부담 없는 돈을 도와주라하기에 거절 없이 몇 차례 도와주었다. 어느 날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액수의 돈을 요구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지한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동생은 라스베이거스에 깊이 빠졌고 내게서 신용을 잃었다. 그 후 그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어떤 생활로 사는지 모른다. 내가 은퇴한 후 연락은 완전히 두절되었고 지금은 그의 생사가 걱정된다. 나는 이렇게 두 형제를 내 등에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잃었다.
한 달은 족히 기다렸다. 송편 속살에 꿀 넣은 특별 송편과 일반속살을 넣은 송편을 골라 선택하는 기쁨, 새 옷과 양말 손수건까지, 서울 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아기자기한 도시이야기를 들려주던 친구들. 그 친구를 따라 많은 수의 친구들이 고향을 떠났다. 나도 이듬해 고향을 떠나 광주광역시로 가서 화물운송회사 급사로 2년을 돈을 벌었다.
내가 만난 문학소녀 선배누나로부터 이광수의 ‘사랑’을 중 2때 선물 받았다. 주인공 병원 원장과 간호사 석순옥의 순애보 사랑이야기다. 사모님은 오랫동안 앓다 간호사인 석순옥에게 자녀들의 어머니가 돼줄 것을 부탁하고 세상을 떠난다. 석순옥은 안빈박사를 너무 사랑했으나 가까이 할 수 없는 지엄하신 분이라 범접하지 못하고 존경만 했다. 자녀들에게는 엄마처럼 언니 누나처럼 대하며 석순옥은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선을 넘지는 않았다.
인간을 향한 사랑과 존경에 대한 경계를 시대적 윤리로 이겨낸 위대한 사랑을 청소년기 순수한 나에게 새겨준 놀라운 체험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보다 이 만큼 위대한 책은 없었다.
Photo by [Bahareh Bisheh]
전쟁터에서 부모 잃은 소년은 어머니의
품이 그리워 땅 위에 어머니 그림을 그리고
그 품에 잠든다.
전쟁만큼 처절한 살인은 없다.
고향 부잣집 김씨가 모내기철 논에 갔다가 어미 품 떠난 어린 두루미 새끼를 잡아왔다. 갈대상자에 갇힌 새끼가 상자 틈새를 찾아 주둥이를 쪼더니 어느 날 네 살 된 아들의 눈을 쪼아 실명시켰다. 그 집안은 망하는 재앙이었다.
보잘 것 없는 날 짐승이라도 모자지간을 떼어 놓으면 안 된다는 교훈으로 시골 우리들에겐 큰 가르침을 주었다.
“너는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출 23:19)